<2011년 9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신뢰’를 위해 TV에 대해 알아야 할 몇 가지 <재미있는 미디어 이야기>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가 눈길을 끈다. “텔레비전 기업들의 ‘사기성’ 마케팅이 시장을 죽였다” 제목만 보면 동호회 사이트나 블로그에 올라온 댓글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정보통신(IT)이나 전자제품에 대한 기사는 대개 신제품의 뛰어난 기능에 대한 자랑이나 관련 대기업의 글로벌한 성과를 칭찬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기사를 제공한 쪽이 시민단체가 아니라 TV제조사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납품하는 같은 대기업 계열사의 사장이라는 점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TV제조사들이 ‘별로 새롭지도 않은 제품을 신제품이라고 내놓으며 50~60% 이상 비싸게 판매하는 마케팅 행태가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 교체 수요를 둔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고가의 TV 한 대보다, 좀 더 저렴한 TV가 여러 대 팔리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TV제조사들이 고가의 신제품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면서 오히려 대체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패널 제조사(부문)들은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올해 큰 폭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의 내용이 맞다면 최신형이라는 말만 믿고 고가의 TV를 장만한 소비자들은 정말로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TV의 판매량 감소에 TV제조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패널 공급업체의 실적 악화에 TV제조사들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소비자들이 TV제조사들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필자로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TV를 사기 전에 좀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다. 끊임없이 신제품이 나오는 탓에 예전처럼 ‘몇 인치짜리를 살 것인지’만 정해 가지고는 최종 구매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TV제조사들은 최근 몇 년간 PDP, LCD, LED, 3D, 스마트TV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우수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내세웠다. 매번 첨단 기능을 갖춘 혁신적 제품이라고 광고하지만 채널과 볼륨 버튼만을 만지작거리는 대다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첨단 기능들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따져 보기보다 판매원의 권유에 쉽게 넘어가곤 한다. 신제품일수록, 기능이 추가될수록 TV 가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결국, 몇 번 이용하지도 않을 기능 때문에 고가의 TV를 구입하고 만다.

물론, 최신 TV를 장만하고 첨단 기능을 경험하고자 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apter)이거나, 고민하기 보다는 무조건 최신 장비를 갖춰야 하는 사람이거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성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자신의 판단에 따라 TV를 구입하면 된다. 다만, 잘 모르거나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사양의 TV를 비싼 돈을 치르고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것이 앞의 신문기사에서 주장하듯이 제조사와 소비자의 사이에 신뢰를 쌓고 결국 그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째, 3D TV. 얼마 전 삼성과 엘지는 3D TV의 기술방식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양사의 지나친 대응이 오히려 관심을 끌기 위한 ‘자가 발전’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문제는 3D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는데 TV수상기만 사 놓는 셈이다. 국내 유일의 3D 채널인 위성방송의 ‘스카이 3D’는 콘텐츠 보유량이 100시간 정도에 불과해, 하루 편성의 절반 이상이 재방송으로 채우고 있다.

방송사들이 3D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제작비는 몇 배나 더 들어가지만, 수익은 늘어나지 않는다. 3D로 제작한 영화는 더 비싼 입장료를 받는 극장의 경우와 다르다. 디지털 전환 비용만으로도 재정적으로 버거운 방송사들이 돈이 더 벌리는 것도 아닌 3D 프로그램을 만들 이유가 없다.

둘째, full HD 기능. HD는 부분만 고화질이고, full HD는 완전한 고화질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픽셀의 수와 이미지를 출력하는 방식에 따라 SD, HD, full HD로 구분한다. 720p와 1080i 방식을 HD로 1080p 방식을 full HD로 구분하고 있다. 물론, full HD는 HD보다도 훨씬 선명한 고화질의 영상을 제공한다. full HD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TV수상기만 준비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상신호 자체가 full HD 규격(1080p)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full HD 영상신호를 송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080p 방식은 국내 HD방송의 표준인 1080i 방식에 비해 데이터 양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현재의 대역폭으로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결국, TV에 블루레이나 HD-DVD 같은 영상기기나 PC를 연결해 고화질 콘텐츠를 감상하는 이용자가 아니면 full HD TV는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TV는 오랫동안 두고 쓰는 가전제품이니 미래를 내다보고 산다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방송사들이 당분간 3D나 full HD 프로그램을 제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같은 유료방송과 경쟁하기 위해 ‘디지털 다채널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채널당 6MHz인 대역폭을 2~4개 채널로 나누어 다채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3D나 full HD 서비스는 데이터 양이 많기 때문에 추가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지 않는 한 다채널 서비스와 병행되기 어렵다.

셋째, LED TV. LCD TV의 LCD는 Liquid Crystal Display의 약자이고, LED는 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다. 약자는 유사하지만 본래 명칭은 크게 다르다. 흥미로운 것은 둘 다 LCD 패널을 이용한 TV라는 점이다. 다만, LCD TV는 냉음극형광램프(CCFL)이라는 형광등을 광원으로 사용하고 LED TV는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차이 뿐이다. 즉, 우리가 보는 ‘LED TV’는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LCD TV(LCD TV with LED backlight 또는 LED-backlit LCD TV)인 것이다.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함으로써 전력소모를 줄이고 더 밝고 고른 화면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HD수준에서 화질의 차이보다는 오염물질을 더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적 제품이라는 점에 더 의미를 두기도 한다. 직접 LED를 이용해서 색깔과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는 따로 있다. 서울 시내 거리에서 흔히 접하는 옥외광고판이나 야구장의 전광판이 그렇다. 또, 최근 핸드폰의 디스플레이로 쓰이기 시작한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AM OLED) 기술이 있다.

전자제품의 속성상 기술발전에 따라 급속히 가격이 하락한다. 제조사는 지속적으로 기존 제품을 퇴출시키고 고사양 신제품에 대한 적극적 마케팅을 펼친다. 국내 가전 제조사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TV는 전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을 삼성과 LG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합리적 구매결정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은 조건에서 자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큰 고민 없이 쉽게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혼동하기 쉬운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고, 지나치기 쉬운 정보를 꼼꼼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신뢰를 쌓는 길이고, 글로벌 기업의 자리를 지키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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