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종합편성채널, 제4의 지상파?

 

   80년대까지만 해도 텔레비전 채널은 세 개 뿐이었다. AFKN이 있었지만 좀 예외적이었다. 90년대 들어 SBS가 출범하고 케이블TV가 등장하면서 채널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 텔레비전은 그냥 텔레비전일 뿐이다. 그것이 지상파방송인지, 케이블인지, IPTV인지 관심도 없고 잘 구분되지도 않는다. <1박2일>을 일요일 저녁 채널7(서울 기준)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채널을 통해 수시로 볼 수 있고, 이미 종영된 <선덕여왕>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차이 정도다.

   한 대의 TV수상기를 통해 전달되는 똑같은 화면이지만 각기 다른 방송들이다. 무선전파를 이용하는 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이 있고, 케이블을 이용하는 유선방송이 있는가 하면,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IPTV가 있다. 케이블방송은 다시 중계유선방송과 종합유선방송으로, IPTV는 실시간방송과 VOD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방송들은 각기 전송방식이 다르고, 규제하는 법률이 다르며, 프로그램의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지상파방송은 다른 방송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다른 방송과 비교할 때, 별도의 이용료가 없거나 훨씬 저렴하다. 전기요금에 더하여 부과되는 월 2천5백원의 수신료는 광고를 하지 않는 KBS1 채널에 대한 것이다. 이 또한 월 1~2만원대에 이르는 디지털케이블TV나 IPTV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그렇다고 지상파 프로그램이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가장 재미있고 인기도 높다.

   케이블 채널은 시청률 1%만 넘어서면 대박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의 <남녀탐구생활>의 시청률이 3~4% 수준이다. 이 정도면 케이블에서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출연자인 정가은씨는 여세를 몰아 지상파로 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은 방송이 끝난 후 컬러 바(bar)만 나오는 시간에도 이 정도의 시청률은 나온다. 텔레비전을 켜둔 채 잠이 든 사람들 덕분이다. 웬만한 인기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의 시청률은 20~30%를 훌쩍 넘는다.

   지상파방송은 한정된 전파자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공공적 성격으로 출발했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난시청지역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만큼 다른 매체나 방송에 비해 다양한 규제장치를 두고 있고 규제의 정도도 강하다.

   최근 드라마 <추노>에서 여배우의 노출장면이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되자 제작진은 안개처리로 대응했고 이는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그런데, 케이블에서는 더 심한 노출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원하는 사람만 비용을 지불하고 시청하는 케이블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똑같은 TV수상기를 통해 전달되는 화면이지만, 지상파인지 케이블인지에 따라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를 포함한 유료방송의 차이는 프로그램의 편성에서도 나타난다. 지상파 채널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섞어서 편성한다. 하나의 채널에서 뉴스,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시사프로그램이 번갈아 나온다. 이것을 ‘종합편성’이라고 한다. 반면, 케이블TV에서는 한 채널에서 한 장르의 프로그램만을 방영한다. 예컨대, YTN은 뉴스, CGV는 영화, 투니버스는 애니메이션, 디스커버리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만을 편성한다. 이것은 ‘전문편성’이라고 한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가 부여받는 공적 책임의 차이, 시청자층에 따른 시장의 분할, 콘텐츠의 차별화와 전문화 유도 등을 위해 각기 다른 편성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초부터 정부는 케이블TV에도 종합편성이 가능한 채널(이하 ‘종편채널’)의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에서도 지상파처럼 뉴스와 영화, 드라마를 같이 편성하는 채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는 250개가 넘는 케이블 채널이 있다. 그러나, 새롭게 종편채널이 등장한다면 기존 채널과는 비교되지 않는 강한 매체력의 방송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다른 채널과 달리 종합편성채널은 지역케이블방송이 의무적으로 전송해야 한다. 일반 채널들의 경우 각 지역케이블과 일일이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유리하다. 사이언스TV가 방송을 시작하고도 한동안 위성방송으로만 시청할 수 있고 케이블로는 불가능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전국의 100개가 넘는 케이블방송사들과 개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종편채널은 이런 절차가 없이 1천5백만이 넘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지상파방송보다 규제가 적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케이블TV는 지상파방송에는 금지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중간광고가 가능하다. 간편한 리모콘 작동으로 시청자들이 광고를 피하는 탓에 방송광고의 효율성이 과거보다 떨어진다. 이러한 광고주들의 불만에 대한 반가운 대답이 바로 중간광고인 것이다. 이외에도 지상파방송사들에 부과되는 광고매출액의 3~4% 규모인 방송발전기금의 납부의무가 없으며, 24시간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지상파방송보다 유리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뉴스프로그램과 오락프로그램의 시너지 효과다. 오락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모으고 뉴스를 통해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한다면 지상파방송에 필적할만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종편채널을 두고 ‘제4의 지상파’ 또는 ‘규제 없는 지상파’라고 일컫는 것은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특히, 신문 산업의 위축으로 새로운 미디어 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던 신문사들은 적극 환영하고 있다. 전담 추진팀을 꾸리고, 외국 미디어회사와 제휴를 맺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은 냉담 내지는 비판적인 반응이다. 방송광고시장은 2002년 이후 정체 내지 소폭 하락의 추세인데 여기에 새로운 사업자를 진입시키는 것은 모두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또, 지상파방송의 인프라와 노하우가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여간해서 새로운 방송이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초기의 막대한 투자비다. 최소한 3~5년간 매년 3천억원 이상의 투자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의 경쟁자가 되는 것도 이 ‘고난의 신고식’을 견뎌낸 다음의 일이다. 결국, 투자비를 마련할 여력과 원활한 광고수주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반적 경기상황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새로운 방송이 시장에서 생존하고 못하고는 결국 사업자의 몫이다.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견했다면 과감히 사업에 뛰어들 것이고, 정해진 규칙 내에서 최선의 성과를 내야 한다. 그것 못지않게 언론으로서 대중매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로 외국 시장에 진출하고, 사회의 비판적 감시자로서의 목소리도 내야 한다. 그것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것은 시청자인 국민의 몫이다. [끝]

by 전망좋은방 | 2010/02/10 13:09 | 10 <과학과기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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